세상에는 생존을 위해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살아가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살기 위해 온갖 부정한 일을 벌이는 사람이 있다는 말입니다. 예수님도 오늘 말씀에서 빛의 자녀로 부름을 받은 자들이 세상 사람들보다도 더 미련한 삶을 살아서야 되겠느냐? 이 세상 어둠 속의 전략가들보다 못한 삶을 살아서야 되겠느냐? 그렇게 지혜가 모자란 삶을 살아서야 되겠느냐? 라는 메시지를 주십니다.
주님께서 제자들에게 들려주신 일명 불의한 청지기의 비유를 보면 01절 말씀에 청지기가 등장합니다. 이 청지기를 오늘날의 직업으로 말하자면 재산 관리인이라 할 수 있는데 관리인인 이 청지기가 아주 묘한 직책입니다. 주인에게는 종입니다마는 다른 종에게는 주인이며, 주인에게서 위임받은 권한을 가지고 다른 종을 부리는 사람이 바로 청지기입니다.
그런데 부자의 수하에 있는 오늘의 이 청지기가 주인의 재산을 허비한다는 나쁜 소문이 주인에게 들리자 주인은 즉각 이 청지기를 소환하여 장부를 내어 놓으라고 통보합니다. 충분한 혐의가 있었기 때문에 해고 통보를 하였겠죠?
해고통보 이후에 이 청지기가 주인의 것을 다시 전용하여 자기의 사욕을 위한 위조 장부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이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칭찬을 합니다. 상당한 의문점이 생기는 대목이죠? 이 말씀을 통하여 주님께서 의도하는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살펴보기를 원합니다.
1. 주인은 청지기의 비리 소식을 듣고 즉시 해고를 하였습니다. |
02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노동계에 근무하는 분들의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 주인의 행동이 너무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불의의 소식이 들린다면 소문을 들은 주인은 이 청지기에 대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당사자의 변도 들어봐야 하겠지요?
그러나 주인은 소상하게 진상을 조사하려 하지도 않았고 이 청지기로부터 그 어떤 해명도 듣지 않은 채 어디까지나 소문에 근거한 것을 기정사실화 해 버렸습니다. 해고라고 했으니 요즘 같으면 아무리 고용주라도 노동조합 때문에 난리가 났을 것이고, 바로 들고일어났을 것은 자명한 일이며 단번에 노동청에 고발함으로 인해 일이 보통 복잡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고 아주 먼 옛날 인권이란 것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시대의 이야기로서 이 청지기는 이런 상황에서 속으로 독백을 합니다.
03 청지기가 속으로 이르되 주인이 내 직분을 빼앗으니 내가 무엇을 할까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구나.
03절은 이 청지기의 심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인데 이 청지기가 주인의 것을 크게 착복을 하지는 않은 사람인 것처럼 짐작됩니다. 왜냐하면 이 주인의 채권관계를 볼 때 대단히 큰 부자인 것을 알 수가 있지요.
그렇다면 그러한 부자의 청지기일진데 적어도 상당한 신뢰감을 바탕으로 고용이 되었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주인은 떠도는 일방적인 소문만 듣고 이 청지기를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하였는데 이 청지기의 독백을 볼 때 따로 챙겨놓은 것이 별로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있다면 앞으로 생계 걱정에 대한 독백을 하였을까요? 이 청지기는 나름대로 주인을 위해 성실하게 일했던 사람인 것처럼 여겨집니다.
내 직분을 빼앗으니. 이 말은 찢어 없앤다는 뜻으로 폭력성을 상징하는 단어입니다. 청지기는 지금 주인이 자기를 내어 쫓는다고 하는 폭력 앞에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약자의 위치에서 일방적 해고 통보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어찌하였던 이 청지기는 지금 자기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별 뾰족한 수단이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이제 어찌해야 하나? 다른 집의 청지기 자리를 한 번 알아볼까? 아니면 모두 포기하고 다른 길을 찾을까?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은 것은 이미 도둑으로 낙인찍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계속해서 고심하는 가운데 땅을 파자니 힘이 없고 빌어먹자니 부끄럽다는 독백을 하고 있으니 대단히 안타까운 장면이에요. 산 입에 거미줄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소작농이 되어 땅을 파고 농사를 짓자니 몸이 너무 약하고, 구걸을 하여 생명을 부지하기엔 도무지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또한 자신에게 딸린 식솔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입장에서 그는 참으로 곤혹스러워 하고 있는데 오늘날 명퇴, 정리 해고를 당하는 자의 심정이 또한 이러할 것 같습니다.
2. 청지기는 자기의 살 길을 불의한 방법으로 찾습니다. |
04 내가 할 일을 알았도다 이렇게 하면 직분을 빼앗긴 후에 사람들이 나를 자기 집으로 영접하리라 하고 05 주인에게 빚진 자를 일일이 불러다가 먼저 온 자에게 이르되 네가….
이 청지기에 대하여 좋지 못한 소문 외에 또 다른 놀라운 사건이 05~07절에 나옵니다. 이번에는 정말 청지기가 주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사건입니다.
그것은 청지기 자신이 주인에게 빚진 자들의 채무 증서를 주인 몰래 탕감 식의 위조를 해 주는 것인데 즉 그들의 빚을 상당 부분 탕감해 줌으로서 저들의 마음을 사서 자기 미래의 삶을 반대급부로 보장받자는 겁니다.
지금 청지기의 행위가 옳습니까? 보통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여기 채무자들은 주인에게 빚진 자들이지 청지기 자신에게 빚진 자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억울하다고 해서 이렇게 하는 게 정당화되지 않습니다.
탕감은 채권자인 주인의 권한임에도 이 청지기는 채무자들을 하나씩 하나씩 자기 사무실로 불러 탕감의 음모를 꾸미고는 은폐시키기 시작합니다. 공문서 변조와 탕감의 음모는 재빨리 이루어지는 법인데 적어도 뭔가 불미스러운 일은 신속하게 끝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빨리 쓰라고 재촉을 합니다.
①06 말하되 기름 백 말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십이라 쓰라 하고.
이런 행위는 심각한 경제사범에 해당되는 횡령 및 탈취(奪取)에 해당하는 죄로서 내용을 보니 범죄의 규모 또한 상상외로 큽니다.
기름 백말이니이다 ….오십이라 써라. 요세푸스(Josephus)에 의하면 말은 대략 23리터(12.7되)에 해당되는데 팔레스타인에서 감람나무 한 그루의 평균 수확량은 올리브 열매로 120Kg, 기름으로는 약 25리터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기름 백말은 감람나무 약 92그루의 소산에 해당하며 돈으로 환산하는 경우에는 천 데나리온 정도로서 이는 노동자의 약 삼 년 치의 임금에 해당되는 큰 금액인데 그 큰 액수의 절반인 50말을 이 청지기가 간 크게 혼자서 탕감해 주고 있습니다.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빨리 앉아 오십이라 쓰라. 청지기는 일반적으로 채무자들에 의해 작성 된 임대차 계약서나 채무증서를 주인 대신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이 청지기는 해고 직전 자기가 보관하고 있는 채무증서를 긴급히 채무자들로 하여금 자필로 다시 고쳐 쓰거나 새로 쓰게 함으로서 속임수가 들키지 않도록 했습니다.
②07 또 다른 이에게 이르되 너는 얼마나 빚졌느냐 이르되 밀 백 석이니이다 이르되 여기 네 증서를 가지고 팔십이라 쓰라 하였는지라
밀 백 석이니이다. 단위는 약 27,500Kg 으로 돈으로 환산하면 밀 1석의 표준가격은 은화로는 25데나리온으로서 백 석이라 했으니 약 2,500데나리온에 해당되는 노동자의 약 7년 치의 인건비입니다. 그 중 이십 석을 공제해 주었으니 이는 두 물품의 상품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데 당시 팔레스타인에서는 밀이 기름보다 훨씬 더 값어치가 있었습니다.
네 증서를 가지고 팔십이라 쓰라. 청지기는 주인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채무자들에게 직접 자필로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합니다. 이런 일은 청지기가 임대차 계약이나 채무자들과의 계약을 전담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지금 이 청지기는 채무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각각 절반에서 1/5정도로 부채를 탕감(蕩減)해 주었는데 짐작컨대 기록상에는 나오지 않지만 다른 채무자들에게도 이런 수준에서 빚을 탕감해 주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왜 이렇게 빚을 탕감해 주었습니까? 그 이유는 채무자들이 청지기가 쫓겨난 후 자신이 베푼 선심성 호의로 인하여 그의 생계를 좀 도와 줄 것을 기대한 행동입니다(04절).
3. 주인은 이 청지기의 행한 일을 알고도 칭찬합니다. |
08 주인이 이 옳지 않은 청지기가 일을 지혜 있게 하였으므로 칭찬하였으니 이 세대의 아들들이 자기 시대에 있어서는 빛의 아들들보다 더 지혜로움이니라.
어찌된 일입니까? 좀 안 좋은 소문이 떠돈다고 조금 전에 해고 통보를 해 놓고 금방 청지기의 한 일을 지혜롭게 잘 처신했다고 칭찬을 하니 말입니다. 일의 정황으로 보아 이 청지기의 한 일은 즉각 감옥으로 가야하는 일임에도 주인은 그놈 참 똑똑하구먼. 하면서 허허 웃고만 있으니 이게 무슨 말입니까?
보통 회계와 감사를 다루는 비유들은 막판에 주인이 와서 정확한 계산 끝에 악한 자를 벌하고 성실히 일 한 자를 상주는 것으로 마무리 됩니다(달란트, 므나 비유).
그런데 자신에게 엄청난 손해를 끼친 너무도 악랄한 경제사범(經濟事犯)임에도 불구하고 주인은 청지기를 벌하지 않고 또 자신이 가장 큰 피해자임에도 그를 복수하기보다는 오히려 지혜롭다고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청지기의 지혜라는 게 무엇인 것 같습니까? 외형적으로 느끼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주인의 재산을 손상시키고 그 이익의 대가를 노리는 일종의 브로커입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도둑님(?)이라 그 말입니다. 청지기의 위치는 부자의 재산을 맡아 관리 운영하는 위탁 경영인으로서 식민지 형편에 있었던 당시 이스라엘의 지주들은 거의가 다 외국인입니다.
저들은 현지에 고용 사장을 두고 주로 그 청지기에게 일을 맡겨서 재산 증식을 하였던 것이고 보면 이스라엘은 거의가 부재지주(不在地主)로 봐도 됩니다. 이 부자도 그러한 지주로서 모든 재산을 이 청지기에게 맡겼는데 그만 주인의 재산을 간접적으로 빼돌리는 여러 건의 금융 사고를 치르고 말았습니다(05~07).
조금 전 교묘한 방법으로 주인의 빚 문서를 고치게 하는 일을 보았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주인이 이 사실을 알고 청지기를 즉각 감옥에 보내기보단 오히려 칭찬을 하고 있습니다.
주인의 칭찬의 초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직장을 잃게 되었지만 해고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마지막 시간에 남의 돈이지만 그 돈으로 인심을 한 번 후하게 써 본 겁니다.
이제 얼마 안 있어 그에게 함께 밥을 먹자고 부르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또 집으로 초대도 하게 되겠지요? 아마 새로운 인간관계를 이루어 나갈 것입니다. 비록 주인의 재산을 함부로 유용하고 탕진한 불의한 청지기였지만 자신의 비참하게 될 처지를 바로 인식하고 자기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한 지혜로운 청지기입니다.
우리는 본문 중에서 02절 말씀을 유의해야 합니다. 왜냐면 장래 일을 준비하는 지혜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같이 읽읍시다.
02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 하니.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주인이 계산(account)하자는 이 말은 재산 목록과 장부 및 각 종 문서 및 사무를 청산(淸算)하여 다른 사람에게 넘겨주겠다는 시한부의 결산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말씀을 우리는 윤리적 선입견이 아닌 종말론적 관점에서 이해하여야 하며, 머잖아 우리도 하나님 앞에서 하던 일을 셈해야 할 때가 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고후 05:10 이는 우리가 다 반드시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 나타나게 되어 각각 선악 간에 그 몸으로 행한 것을 따라 받으려 함이라.
오늘의 말씀을 맺습니다. |
09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불의의 재물로 친구를 사귀라 그리하면 그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하리라.
불의(不義)의 재물로…. 모든 물질은 하나님으로부터 나왔으나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대로 사용치 않고 인간의 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재물은 어쩔 수 없이 불의성을 갖게 되어 불의의 제물로 불리게 되며 동시에 하늘의 보화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의 세상 재물의 또 다른 별칭입니다.
친구를 사귀라…. 청지기가 자신의 장래 문제를 위하여 한 행동을 비교한 내용입니다. 우리가 이 말씀을 받을 때는 복음의 대상과 구제의 대상을 돌아보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 말은 세상의 재물을 사용하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는 자신의 소유물을 이웃을 위하여 선용하면서 그들의 진정한 이웃과 친구가 되어주는 일입니다. 이런 행위야말로 곧 보물을 하늘에 쌓아두는 길(12:33; 마 06:20)이라고 봐도 되겠지요.
유명한 존 웨슬리 목사님께서 한 번은 열심히 설교를 하고 있었습니다. ①여러분 돈을 많이 버십시오. 그러자 모든 사람들이 아멘 했습니다. 특별히 앞에 있는 신사 한 분이 은혜를 받고는 역시 우리 목사님은 설교를 잘하신 단 말이야 하면서 칭찬을 합니다.
②한참 후 목사님은 다시 여러분 함부로 돈을 낭비하지 마시고 많이 저축하십시오. 그러자 그 신사 분이 또 아멘하면서 역시 우리 목사님 말씀이 은혜롭다는 말이야 하면서 좋아합니다.
③목사님은 세 번째 여러분! 그 많은 돈을 가지고 사람들과 나누고 하나님과 나누면서 많이 사용하십시오. 하였더니 이번에는 아무도 아멘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그 앞에 앉아 있던 신사의 말이 또 걸작입니다. 에이 잘 나가다가 설교를 망치는구먼!
성도 여러분! 많이 버는 것, 많이 모으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잘 쓰는 것 아닙니까? 잘 나누며,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사용하는 지혜자가 됩시다. 미래를 잘 준비하는 종말론의 믿음, 주님이 칭찬하는 지혜로운 청지기의 삶을 살기를 축원합니다.
너희를 영주할 처소로 영접하리라. 우리는 영원한 처소를 위해 재물을 사용하라는 말씀처럼 청지기에 대한 결산을 잘 대비해야 합니다. 즉 남은 날들을 선용하고 영원한 세계와 자신의 영혼을 위해서 물질과 재능과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성도 여러분은 소유한 재물을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까?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사용하십니까? 주님의 영광을 위해 선용하십니까? 값있게 쓰라는 말입니다. 저와 여러분이 이제 마지막 잠깐의 찬스를 가지고 있는데 주인으로부터 칭찬 받은 청지기와 같이 나의 모든 장점을 잘 활용함으로 인해 복된 미래를 준비하는 삶이되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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