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대 사사 엘론] 엘론은 조용하게 일했습니다(삿 12:11~12).

저는 사사기를 통하여 이스라엘의 열두 사사를 차례로 강론하는 중입니다. 그런데 이 사사들 중에서 설교 자료가 가장 없는 사사가 엘론입니다. 이 엘론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렇습니다. 입산의 뒤를 이어 스불론 사람 엘론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더라(11). 그리고 보통 사람들처럼 죽어서 한 지역에 장사 되었다는 정도입니다.

다음번 살펴 볼 11대 사사 압돈과, 오늘 살펴보는 10대 사사 엘론과, 엘론에 앞서 살펴 본 9대 사사 입산을 묶어서 소사사 트리오라 합니다. 이 가운데 엘론에 대한 행적은 정말 미미합니다.

외형으로는 행적이 너무 보잘 것 없어서 이 본문으로 과연 설교가 나올 것인지 고민도 좀 했습니다. 고민을 하는 만큼 설교가 잘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열두 사사를 강론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 10대 사사 엘론을 패싱할 수 없어 평소보다 더 많은 기도와 시간을 들였습니다. 오늘 주일 예배에 오신 여러분 함께 심령의 문을 열고 은혜 받는 귀한 시간되기를 축원합니다. 그래서 오늘 설교 제목을 「 엘론은 조용하게 일했습니다. 」정했습니다.

 

 

1. 엘론의 출신지 스불론을 보겠습니다.

 

11 그 뒤를 이어 스불론 사람 엘론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스불론 사람. 스불론은 야곱이 레아에게서 낳은 여섯 번째 아들로 거하다. 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레아가 여섯 번째 아들을 낳으면서 높이 외친 의미를 생각해 보면 짐작이 갑니다. 이제는 내 남편이 나와 함께 거할 것이다. 그 바람대로 아들의 이름을 거하다. 라는 의미의 스불론이라고 지은 것은 레아가 아들을 통해서 남편의 사랑을 얼마나 갈구했는가를 알 수 있습니다(창 30:20).

야곱이 애굽에서 임종을 앞두고 열두 아들이 각 지파가 되어 훗날 가나안에 정착할 때의 일을 내다보는 예언기도를 하였습니다(창 49:01). 이때 스불론을 위한 기도가 창 49:13절에 나옵니다. 스불론은 해변에 거주하리니 그 곳은 배 매는 해변이라. 그의 경계가 시돈까지리로다. 이 예언을 보면 스불론 지파는 해변 가에 살게 될 환경이며, 그 지경(地境)이 이방나라 시돈과 닿아서 그들과 어울리며 살아야 할 처지입니다.

실제 스불론 지파가 받은 기업들은 12개의 성읍과 촌락들입니다(수 19:10~16). 그런데 해변에 거주하게 될 것이라는 예언과는 달리 해안이나 요단강과는 거리가 먼 갈릴리 북부 내륙 지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스불론 지파의 기업은 동서를 잇는 무역의 요충지에 위치하였으므로 지중해 연안의 항구 도시 시돈을 빈번하게 왕래는 하였을 것 같습니다.

스불론 지파를 좀 더 이해하기 위해서는 삿 05:14절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스불론 지파를 대변하는 메시지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나옵니다. 스불론에게서는 대장군의 지팡이를 잡은 자들이 내려왔도다. 대장군의 지팡이가 무엇일 의미하는 지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있습니다.

원문에서 지팡이(סֹפֵֽר 소페르)는 계수하는 자, 서기관 등의 뜻입니다. RSV, NIV, Living Bible 등은 개역성경처럼 지도자로 번역하였습니다. 또 무시 할 수 없는 KJV은 지팡이를 작가의 붓으로 이해하였습니다. 즉 스불론 지파는 전쟁에서 행정을 책임지는 서기관의 직무를 담당한다는 뜻입니다. 원문을 보아도 정확히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데 일단 우리는 성경에 나와 있는 문자 그대로 대장군의 지팡이로 상징되는 지도자로 해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삿 05:18절에서 스불론은 죽음을 무릅쓰고 목숨을 아끼지 아니한 백성이요. 라는 문장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스불론 지파에게 맡겨진 중요한 사명을 상기시키는 말씀입니다. 한 장소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아니라 해변에 흩어져서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좁게는 국내의 갈릴리 해변에서 넓게는 지중해 연안과 지중해와 맞닿은 연안을 타고서 스불론 지파가 왕성한 활동을 하게 될 것을 예언합니다.

그리하여 스불론 지파는 사방으로 흩어져서 전 세계를 향해 전진하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나라 밖으로 진출하는 무역의 복을 받았습니다. 광야시절 모세도 이 스불론 지파에 대하여 너는 밖으로 나감을 기뻐하라고 한 일이 있습니다(신 33:18). 대단히 용감무쌍한 지파입니다. 제가 이 스불론 지파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은 엘론에게도 이 스불론 지파의 전통적인 기질이 흐르고 있음을 강조하기 위함입니다.

 

2. 엘론은 자기 이름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습니다.

 

11 그 뒤를 이어 스불론 사람 엘론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그 뒤를 이어. 엘론이 누구의 뒤를 이었다는 말입니까? 9대 사사 입산입니다. 입산의 뒤를 이어 10대 사사로 이스라엘에 등장하였습니다. 엘론은 열두 사사 중 유일하게 스불론 지파 출신인데 성경 전반을 보아도 이 지파에서 엘론 외에는 특별한 사람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인명이든 지명이든 그 이름 뜻이 중요합니다. 이름처럼 사는 하나님의 섭리 때문입니다. 엘론의 이름 뜻부터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엘론(אֵיל֖וֹן). 테레빈나무(Terebinth tree)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개역성경에는 주로 상수리나무로 번역되어 있으나 한국에는 없는 나무입니다. 테레빈나무도 두 종류가 있습니다. 히브리어로 엘라(אלה 알라)라는 나무와 엘론(אלון 알론)이라는 나무입니다. 맺히는 그 열매로 구분하는데 엘론(אלון)에는 도토리 종류가 열리고, 엘라(אלה)에는 포도송이 모습의 작고 붉은 열매가 열립니다.

성경에는 엘론(אלון)이 18회 나옵니다. 1번은 참나무로 번역되었고(호 04:13), 나머지 17번은 상수리나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이 테레빈나무 중 엘론(אלון)을 특별히 신성하게 여깁니다. 언약의 나무, 아브라함의 나무로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이 초기 가나안에 거주하던 세겜 땅 모레 지역의(창 12:06) 상수리나무가 엘론(אלון)이며, 아브라함이 기근으로 애굽에 갔다 와서 여호와의 이름을 부른 장소가 엘론(אלון)이며(창 13:04), 아브라함이 장막을 옮겨 간 헤브론(창 13:08) 수풀도 엘론(אלון)입니다.

아브라함이 천사를 맞아 음식을 대접한 상수리나무도 엘론(אלון)이고(창 18:01), 야곱이 밧단아람에서 돌아 올 때 세겜의 상수리나무 아래 우상들을 파묻은 곳도 엘론(אלון)입니다(창 35:08).

제가 사사 엘론의 이름 뜻을 통해서 테레빈나무 중 엘론(אלון)을 계속 언급한 것은 엘론을 구속사의 의미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언약의 나무로 알려져 있는 이 나무(אלון) 아래서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 3대가 모여 장차 이루어질 하나님의 언약도 확인하였습니다.

이 나무 아래서 훗날 주실 약속의 땅 가나안을 내다보았고, 이 나무 아래서 하나님께 단을 쌓았고, 이 나무 아래서 자기들을 만나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체험하였습니다. 사사 엘론도 자기 이름을 통해서 어릴 때부터 언약의 하나님을 바라보았을 것이고, 가는 곳마다 보게 되는 엘론(אלון) 나무를 통해서 스불론 지파를 가슴에 품었을 것이고, 마지막에는 이스라엘 전체를 가슴에 품었을 것입니다.

 

잠 29:18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 율법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

 

사람은 꿈을 꾸어야만 꿈을 이루어 갈 수 있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은 이런 참나무처럼 우뚝 선 엘론을 사사로 부르셔서 큰일을 이루게 하셨습니다.

 

 

3. 엘론은 사사로 부름을 받아 십년 사역을 잘 마쳤습니다.

 

11 ...엘론이 이스라엘의 사사가 되어 십 년 동안 이스라엘을 다스렸더라.

 

엘론에 대하여는 사사로 부름을 받아 10년간 이스라엘을 다스렸다는 간단한 기록만 있습니다. 그 외에는 업적으로 삼을 만한 기록이 없습니다. 명색이 사사로서 어떻게 10년을 지도자로 일했는데도 더 이상의 기록이 없습니까? 아니면 한 일이 없이 놀고먹다시피 그저 무능하게 지냈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엘론에 대하여 일부 성경학자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사사, 띠만 띠고 있던 사람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엘론이 사사로 등장 할 때는 그만큼 나라의 상황이 평온하였다는 의미로 보아야 합니다.

난세(亂世)가 영웅을 만들어 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옷니엘, 에훗, 드보라, 기드온, 입다, 삼손은 이방민족의 공격과 압제가 있을 때 사사로 부름을 받았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외세의 침략에서 구원해 내어야 하는 책임도 따랐습니다.

환난의 때에 사사로 부름 받았으면 당연히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원해 내어야 하고, 또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면 역사에 남는 인물이 됩니다. 반면 하나님은 평화의 시기에도 사사를 일으키셨습니다. 그런데 평화의 때에 수고를 하였으면 역사의 기록에 별로 남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부름을 받았다면 그 목적이 무엇일 것 같습니까? 백성들이 다시는 우상에 빠지지 않도록 말씀으로 교육하는 일입니다. 저는 열두 사사를 계속 강론하는 중입니다. 9대 입산, 10대 엘론, 앞으로 살펴 볼 11대 압돈까지 보면 이들의 사역 기간 동안 전쟁의 위기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름을 받은 엘론은 이스라엘의 안녕질서를 위한 재판 업무와 우상에 빠지지 않도록 교육하는 일이 우선순위였습니다.  그래서 본서의 기자는 엘론에 대하여 사람의 눈에는 특기할 만한 내용이 없이 간단히 이름만 등장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엘론을 사사가 아니다. 사사 자격이 없다. 사사 활동을 잘못하였다. 라고 조금도 말하지 않습니다. 평화로운 시기에 쓰임을 받는 사명자의 활동은 부각되지 않을지라도 보이지 않은 그들의 수고와 활동의 대가는 마지막 날에 능히 보상을 받게 됩니다.

 

계 22:12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가 행한 대로 갚아 주리라.

 

사람의 가치가 위기상황을 돌파해야만 상승되는 것이 아닙니다. 드라마틱한 상황에서만 믿음이 증명되는 것도 아닙니다. 평범한 상황에서도 주어진 삶을 성실히 살면 그런 공간에 있는 자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을 하십니다.

교회에 오래 다녔으면 오래 다닌 만큼 성도로서 믿음의 흔적을 남겨야하고, 교회성장에 기여하여야하고, 직분을 받았으면 그 직분을 잘 감당하여야 합니다. 엘론은 사사로서 10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면서 가족 관계도 평범하게 한 아내만 두었고, 그의 자녀들도 특별한 행세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기록이 없습니다.

 

12 스불론 사람 엘론이 죽으매 스불론 땅 아얄론에 장사되었더라.

 

스불론 땅 아얄론. 단 지파의 땅 아얄론과는(수 10:12; 19:42) 구별되는 곳입니다. 이 아얄론(בְּאַיָּל֖וֹן)은 히브리어 자음만으로는 엘론(אלון)과 같은 철자입니다.

그래서 70인역(LXX)과 공동번역은 아예 아얄론을 엘론으로 번역하였습니다.

따라서 이곳은 사사 엘론이 건축한 성읍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다면 엘론이야말로 눈에 드러나지 않은 일꾼이요, 사명자로서 하나님의 복을 받은 사람이요, 가업을 이룬 사람이요, 국가를 세워나간 진정한 사명자입니다.

 

 

오늘의 말씀을 맺습니다.

동서커피 문학상 입선작에 우리는 무식한 부부라는 글이 있습니다. 요약을 하면 이렇습니다. 내 남편은 건설현장 근로자다. 말로는 다들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엄연히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칭 노가다라는 직업을 가진 남자를 남편으로 둔 나는 그가 하는 일을 떳떳이 밝히지 못하고 어쩌다 친정엘가도 풀이 죽는다. 남들은 내 남편을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마음에 가끔 길을 가다가도 신축 중인 건설 현장을 보게 되면 걸음을 멈추고 내 남편도 저렇게 일하겠지 하는 생각에 눈시울을 적시곤 한다.

오늘은 햇볕이 따갑게 내리 길래 널었던 이불을 걷으러 옥상에 올라갔다가 무심코 하늘을 보는데 화인 건설이라고 쓰인 곤돌라가 눈에 띄었다. 언젠가 남편이 일하는 곳을 알려준 적이 있었다. 가보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일하고 있는 현장 인 거 같아 나는 열심히 그 곤돌라 밑으로 남편 옷 색깔을 찾아보았다.

아! 조그맣게 남편이 보였다. 위험한 난간에서 나무기둥을 붙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망치로 못을 치고 있었다. 탕, 탕 못 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울고 말았다. 왜 내 남편은 더운 날 저렇게 땡볕에서 일을 해야만 처자식을 먹여 살릴 수 있을까? 꼭 저렇게 힘들게 일해야 하나.

내려오는 계단에서 이불을 싸안고 오다 그렁거리는 눈물 때문에 넘어 질 뻔했다. 저녁을 먹고 남편에게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 이쪽으로 누우세요. 했더니 눈이 동그래졌다. 별일 다 보겠다는 표정이다.

나는 다리를 주무르면서 당신 오늘 6층에서 일했죠? 어, 어떻게 알았어. 했다. 오늘 이불 걷다가 봤어요. 우리 옥상에서 바라보면 왼쪽 끝에서 일했죠? 했더니 응 하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마도 자기가 고생하는 걸 내가 본 게 못 마땅한 것 같았다. 냉커피 한잔 드릴까요. 했더니 남편은 빙긋 웃으면서 우리 블랙커피 한번 마셔 볼까? 텔레비전에서 블랙커피 마시는 사람들 보니까 유식해 보이더라.

나는 웃음을 참으면서 정말로 설탕과 크림을 빼고 남편에게 블랙커피를 내밀었더니 한 모금 마신 남편은 얼굴을 찡그리면서 아우, 무식 한 게 차라리 낫겠다, 못 마시겠다, 우리 무식하고 말자 하는 게 아닌가? 하

긴 블랙커피를 마신다고 모두 유식하면 무식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잠자리에 누운 남편은 당신 이번에 돈 나오면 바지 하나 사 입어. 왜 당신은 멋을 안 부리는 거야? 옆집 진영이 엄마 같이 야들야들한 바지 하나 사 입어했다.

참 누군 못 사 입어서 안 입는 줄 아세요? 당신 땡볕에서 땀 흘리며 번 돈으로 어떻게 비싼 옷을 사 입어요. 했더니 다 당신하고 윤정이 위해 일하는데 뭘 그래. 이번 달에 사 입어, 파마도 좀 하고. 나는 그만 목이 메었다. 그런 걸 행복이라고 말해도 좋으리라

 

아주 평범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행복이 있습니다. 남편이 가정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성실히 일하고, 아내가 남편을 열심히 내조하면 그 생활은 분명 가치가 있습니다.

그 생활이 행복이고 하나님 앞에 영웅입니다. 내게 맡겨진 일,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성실히 감당하는 자가 영웅입니다. 엘론은 대사사가 아닌 소사사일지라도 그 시대에 이스라엘의 버팀목이었습니다. 엘론으로 인해 여호와의 종교가 잘 유지되었습니다. 엘론은 사사로서 아주 조용하게 일했습니다. 진정한 일꾼이요 충성자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사명자가 되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