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차를 운행하다 보면 가끔은 꼭두새벽부터 품팔이를 하려고 모여 있는 인력시장 앞을 몇 군데 지나갑니다. 저는 이런 인력 시장에서 품을 팔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대기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 특히 겨울에 추위를 달래면서 대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더욱 아픕니다. 왜냐하면 거기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일자리를 얻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옛날 이스라엘 사회에서도 인력시장이란 게 있어서 노동자는 품을 팔고 고용주는 일꾼을 자기의 농장에 데려다가 일을 시키곤 하였습니다.
오늘 말씀은 이스라엘의 포도원 농장과 인력시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인력 시장에는 자신들을 써줄 농장 주인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농장 주인이 나타나면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일솜씨를 자랑하며 자신의 체구를 드러내 보이거나 아예 매달려서 써 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곳에 품꾼을 고용할 포도원 주인이 나타나서 하루에도 몇 번씩 품꾼을 데려가는데 이렇게 시간시간 품꾼들을 사용하는 주인의 관점에서 말씀을 살피려 합니다.
1. 품꾼들은 포도원에서 어떤 일을 합니까? |
02 그가 하루 한 데나리온씩 품꾼들과 약속하여 포도원에 들여보내고.
01절을 보면 포도원 주인이 이른 아침 품꾼을 구하려 인력시장으로 나왔습니다. 당시 시간 법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를 노동자의 하루 일로 간주합니다. 낮 시간을 1시간 단위로 계산하여 하루의 출발 시간을 오전 6시로 잡고 오전 7시를 제 1시, 오전 8시는 제 2시 이런 식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면 포도원에 들어온 사람은 어떤 일을 합니까?
①가지치기.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전에 영양분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지 않고 한 곳으로 집중되어 좋은 열매를 맺도록 잔가지를 쳐주는 일입니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가지, 연한가지, 퍼진 가지는 적절하게 잘라 주어야 만이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②받침대 세우기. 가지가 하늘을 향해 제대로 뻗어갈 수 있고, 열매가 맺히면 햇빛을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하는 일입니다.
③망대 새우기. 도적이 와서 익은 포도열매를 따갈 수 없게 하고, 동물들이 와서 포도원 농장을 망가뜨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세우는 파수대입니다.
④수확하기. 포도를 수확할 때는 농부와 일꾼들은 노래를 부릅니다. 외칩니다. 소리를 지릅니다. 열매 따는 기쁨을 누리는 즐거움의 표현인 것이죠?
오늘 말씀에서 품꾼들이 포도원에서 일을 했다면 이 네 가지 일 중의 하나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딱히 이런 일이다고 말을 하기에는 일 자체가 좀 명확치가 않습니다. 그러나 해석학적 차원이나 당시의 계절적인 관점에서 본문의 말씀을 본다면 아마 포도를 수확하는 일을 하였지 않았겠는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스라엘이 위치한 팔레스타인 지방의 포도 수확기는 대체로 9월 하순경으로서 건기(乾期)가 끝나고 우기(雨期)가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포도를 수확하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당도 아닙니까? 이 당도에 절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일조량인데 그래서 포도는 마지막 따기 전까지 햇빛을 잘 받게 해야 합니다.
포도원에 무르익어 있는 포도를 햇빛을 잘 받아 당도가 높아지도록 기다렸다가 수확을 하는 과정에서 가끔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포도를 수확할 즈음에는 곧 우기가 따라오기 때문에 그 시기를 조금만 놓치거나 조정이 안 되면 농사를 실패하기 쉽습니다.
일찍 포도를 따자니 당도가 떨어지고, 좀 기다렸다가 따자니 비가 와서 망치니 적절한 조절을 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적당한 날을 잡아 최대한 햇빛을 받고 비가오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신속한 수확을 하려면 때로는 그때그때마다 손길이 많이 필요합니다.
오늘 말씀도 이런 상황에서 주인이 아침 일찍 6시 경 인력시장에서 품꾼을 불러 한 데나리온에 임금 결정을 하고 포도원에 들여보내 일을 시켰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일이 불어나다 보니 주인은 수시로 인력시장으로 가서 품꾼들을 데려왔는데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3시 그리고 5시까지 데려 왔습니다.
이때는 품삯을 한 데나리온으로 정하지 않고 그냥 알아서 상당하게 주겠다고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늦게까지 품꾼을 불러다 일을 시켰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아마 품삯은 한 데나리온에서 좀 깎고 주겠다는 말로 들릴 수 있고 고용자들도 그렇게 이해를 하였을 것입니다.
2. 품꾼들의 품삯에 대한 반응을 보겠습니다. |
08 저물매 포도원 주인이 청지기에게 이르되 품꾼들을 불러 나중 온 자로부터 시작하여 먼저 온 자까지 삯을 주라 하니 09 제 십 일시에 온 자들이 와서 한 데나리온씩을 받거늘.
먼저 품꾼들은 어떤 사람이며 그들의 처지가 어떤 지를 봅시다. 그들은 당시 아주 낮은 계층의 사람들로서 하루하루 벌어서 먹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로마 식민지 지배 아래의 시대적인 악조건에서 살았기 때문에 누군가 나를 고용해 주지 않는다면 처자식까지도 굶을 수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일반적으로 인력시장은 오전 10시가 되도록 아무도 데려가는 가는 사람이 없으면 그때까지 남은 사람들은 한숨을 내 쉬면서 쓸쓸히 흩어진다고 합니다.
09절을 보면 한 품꾼은 하루 일이 끝나는 시점인 오후 5시쯤 인력시장에서 한 농장 주인으로부터 일을 할 수 있도록 부름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이 품꾼은 외형적으로 볼 때 체격이 좋지 못했거나 좀 성실치 못한 인상을 가진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거의 종일토록 써 주는 농장 주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해질 녘에 한 농장 주인으로부터 한 데나리온의 임금을 약속 받고 포도원에 들어와서 1시간 일을 하여 한 데나리온의 품삯을 받았습니다.
얼마나 고맙고 기쁜 일입니까? 가족들의 생계 문제가 해결되고 보니 마음도 무척 즐겁습니다. 그러나 아침 6시에 포도원에 들어와서 일한 사람은 오후 5시에 와서 일한 사람이 자기와 같은 한 데나리온을 받은 일에 대하여 상당한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11).
종일토록 일한 자신과 오후 5시 마지막에 와서 1시간 일한 사람이 똑같은 대우를 받는 일에 대하여 불평하는 것이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는 좀 갑니다. 여기서 오전 9시, 12시, 오후 3시에 와서 일한 이 사람들도 오후 5시에 와서 일한 사람과 같은 대우를 받은데 대해서 불평을 합니다.
왜 그럽니까? 지금 포도원에서 일한 사람들 다 인력시장에서 데려와 일을 한 사람 임에도 오후 5시에 와서 일한 사람 외에는 모두가 감사는 없고 불평만 하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에 불평을 합니까?
아마 농장 주인이 아침 일찍 일꾼들을 함께 불러서 종일토록 같은 일을 시킨 후에 같은 한 데나리온을 주었다면 불평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문제는 뒤늦게 포도원에 들어와서 1시간 일한 사람이 아침 일찍 와서 일한 자기들과 똑같이 대우를 받은데 대한 비교의식 때문에 시기심으로 불평을 막 쏟아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다가 불행에 빠지곤 합니다.
왜 비교하다가 불행에 빠집니까? 비교하지 마십시오. 나는 나처럼 하나님 앞에 살고, 너는 너처럼 하나님 앞에서 살면 되고, 나는 내가 받은 은혜가 있고 너는 네가 받은 은혜가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나의 마음에 남을 향한 경쟁의식, 비교 의식이 있습니까? 아니면 동업자 정신, 동료 의식이 있습니까? 내가 나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내가 이웃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감사의 삶을 살 수도 있고 불평과 원망의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한국인의 공통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 놓은 글이 있는데 한 번 읽어 볼만한 글이라 제가 읽어 드리겠습니다. 한국인은,
①계단을 두 단씩 오른다.
②자판기에서 커피가 다 나오기도 전에 컵을 잡고 기다린다.
③길가다 깡통 따위가 보이면 발로 찬다.
④남자가 참석한 술자리에선 항상 군대 이야기가 나온다.
⑤전철에서 내리면 뛰어간다.
⑥택시를 타고 갈 때 창밖은 보지 않고 미터기만 보고 있다.
⑦자판기에서 거스름 돈 뺄 때 레버를 2번 이상 돌리거나 누른다.
그만큼 남들과 치열한 생존경쟁, 비교의식, 빨리빨리 문화 때문에 생겨난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런 요소들은 정신적인 여유를 가지면 자연스레 해결이 됩니다.
3. 나는 포도원에서 일을 합니까? |
07 이르되 우리를 품꾼으로 쓰는 이가 없음이니이다. 이르되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하니라.
하루의 마무리 한 시간을 앞두고 너희도 내 포도원에 들어와서 일을 하라고 하는 농장주인, 참 이상한 주인 아닙니까? 그 시간에 품꾼을 데려가서 무슨 일을 하겠으며, 마감 시간까지 1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일을 하면 또 얼마나 하겠습니까?
잔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이럴 때는 좀 좋은 쪽으로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포도원 주인이 품꾼도 품꾼이지만 놀고 있는 사람을 구제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 같다고 여기는 마음 말입니다.
여러 면으로 변변찮아서 품꾼으로 써 주는 이가 없어 놀고 있는 사람들, 그럼에도 품꾼이라고 보내 놓고 돈을 벌어 오기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불쌍히 여겨 고용해 준 겁니다. 정말 이상한 주인이기도 하고 좋은 주인이기도 합니다. 이건 세상의 계산법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상한 계산법이죠.
성경은 포도원을 천국이나 교회로 비유하는 때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팔레스타인에는 무엇보다 포도원이 많기 때문이며, 또 포도원은 목재를 얻으려 함이 아니라 열매를 얻기 위함인 것처럼 하나님도 교회를 통하여 영적 열매를 얻으려 하기 때문입니다.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무엇 하러 포도원에 들어가라는 겁니까? 장터에서 빈둥빈둥 놀고만 있으면 소득이 없기 때문에 남들처럼 열심히 일을 하라는 명령입니다. 포도원은 한가하게 노는 장소가 아니라 땀 흘리며 일하는 곳입니다
포도원을 천국이나 교회로 비유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는 말씀은 나를 위한 말씀이요, 교회에서 직분 따라 열심히 일을 하라는 말씀입니다. 내게 아무리 시간이 많이 있다 할지라도 일하지 않는 자에게는 그 시간이 소용없는 것이요,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일지라도 일하고 있는 자에게는 현재라는 시간이 가장 가치가 있습니다.
너희도 포도원에 들어가라. 일거리가 있는 곳에서 열심히 일 하라는 말씀인 만큼 바로 김해삼일교회에서 최선을 다하여 일하라는 명령입니다. 성도 여러분은 직분을 받았습니까? 하나님께서 일하라고 주신 직분인줄 알고 감사하면서 믿음으로 직분을 감당하십시오. 그리하여 천국을 준비하고, 종말을 준비하기를 바랍니다.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1968년 멕시코시티의 올림픽 주경기장 트랙에 마라톤 경기의 한 선수가 무릎에 붕대를 감고서 절뚝거리며 들어섭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 박수를 합니다.
금메달리스트가 아니라 꼴찌를 하는 선수이며 이미 경기는 끝이 났습니다. 그럼에도 계속 박수가 울려 나옵니다. 이 사람은 탄자니아의 잔 스태픈 아크와리라는 선수인데 경기 도중에 넘어져 무릎이 터졌고 달려오는 동안 피가 흘러 통증도 무척 심했습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완주를 했는데 아크와리 선수가 마지막 라인을 통과하면서 기절까지 하였습니다. 잠시 후 이 사람이 깨어나자 기자들이 와서 질문을 합니다. 어차피 꼴찌인데 왜 끝까지 피를 흘리며 달렸습니까? 그러자 그는 대답하기를,
나의 조국이 나를 머나먼 이곳까지 보냈습니다. 비록 조국에 금메달을 안겨주지는 못했지만 기권해서 나의 조국에 불명예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게 곧 올림픽 정신이요,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헌신할 자세이며, 하나님 앞에서 맡은 사명을 감당해야 하는 사명자의 자세입니다. 14절 말씀을 같이 읽읍시다.
14 네 것이나 가지고 가라 나중 온 이 사람에게 너와 같이 주는 것이 내 뜻이니라.
네가 받은 것이 은혜라고 왜 생각을 못하느냐? 내가 너를 부르지 않았다면 너도 하루 종일 장터에서 놀고 있었을 것 아니냐? 내가 너를 불렀기에 하루 일했고 또 품값도 받는 것 아니냐? 네 것이 많던 적던 내가 본래 너와 약속한 것 아니냐? 이런 뜻입니다. 그래서 요즘 흔히 하는 말로 너나 잘 하세요 이 말이죠.
오늘의 말씀을 맺습니다. |
16 이와 같이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되고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리라.
보나르 박사(Horatius Bonar, 1808~1887)가 하루는 꿈을 꾸었는데 그 꿈에 천사가 나타나서 보나르에게 너의 열심을 저울에 달아보니 100Kg 이구나 하면서 통보를 하는 겁니다. 보나르는 이 말을 듣고 무척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그 중량의 내역을 듣고는 상당히 괴로워 하다가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헌신하였다고 합니다. 그 내역은 14Kg은 이기적 열심이고, 22Kg은 명예를 위한 열심이고, 15Kg은 파당을 위한 열심이고, 23Kg은 사람을 사랑하는 열심이고, 26Kg만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열심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인 포도원의 일군, 교회의 일꾼으로 나를 불러주신 믿음의 열정은 어느 정도입니까? 나는 오늘부터 포도원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어떻게 각오를 합니까?
성도 여러분, 모두가 다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지를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있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은 없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눈에 안 보이는 것 없는 것에 마음을 빼앗길 것이 아니라 보이는 곳 바로 김해삼일교회 일터에서 열정을 품고 섬겨 나갈 수 있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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