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야기/푸얼차(普洱茶)

무엇이 좋은 푸얼차인가?

복을받는 교회와 나 2008. 1. 23. 23:26
728x90

 

 

푸얼차 한잔

한겨레|기사입력 2007-12-31 22:52 기사원문보기
 


[한겨레] 이제 나의 서남 기행은 남쪽 끝을 향한다. 그곳은 미얀마·베트남·라오스가 국경을 맞대는 윈난성 시솽반나 지역이다. 일찌감치 모험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이 중국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들어가던 곳이다.

요즘은 중국과 세 나라가 경제협의체를 모색할 정도로 활발해진 곳이다. 가장 먼저 구체화된 것이 중국-아세안 철도로 윈난의 쿤밍에서 출발한 기차가 베트남 하노이와 호찌민, 캄보디아 프놈펜, 타이 방콕,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거쳐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총 5500㎞의 철도망 건설이다.
사실 서남 지역이 외국과 문물을 교류한 역사는 깊다. 기원전부터 고촉인들에 의해 청두에서 인도까지 개발된 ‘서남 실크로드’와 시솽반나 지역의 푸얼차(보이차)를 이용해 티베트·인도·베트남을 연결했던 ‘차마고도’가 바로 그런 역사적인 길이었다.

수요 폭등, 상인들 몰려와 입도선매

중국에 자장면이 없다고 했던가? 차마고도를 따라 찾아간 푸얼시는 푸얼차의 고장이 아니었다. 작년까지 스마오시라 했는데 푸얼차의 가치를 파악한 중앙정부 사람들이 푸얼이라는 이름으로 바꿔줬단다.
그럼 원래 푸얼은? 졸지에 이름을 내주고 닝얼이 되고 말았다. 둔황이 뜨니 유원역이 둔황역이 되고, 소설 속의 샹그릴라가 뜨니 중뎬이 샹그릴라가 되는 중국이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나, 스마오시에 이름과 함께 1천억원 투자금을 빼앗긴 푸얼 사람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주민들 의사도 묻지 않고 이럴 수 있는 겁니까!” 그럼 시위라도 벌인 것일까? “그럴 수야 없죠. 정부가 하는 일인데. 참고 있습니다.”  이런! 역시 중국답다. 그래도 닝얼 사람들은 푸얼시와 지역적으로도 가깝고 아직은 차에 관한 한 더 큰 유통망을 갖고 있었다.
그럼 이곳에서는 푸얼차의 참모습을 볼 수 있을까? 이 또한 아니다. 옛 푸얼은 시솽반나 란창강 서쪽 육대차산에서 나오는 차가 일차로 집결하는 곳이었다. 이렇게 푸얼에 모인 차는 서쪽으로 다리를 향했고, 동쪽으로 쿤밍을 향했다. 우리로 치면 천안삼거리쯤 되는 것 같다.

푸얼을 떠나 간신히 도착한 곳은 윈난성 가장 아래쪽, 라오스와 접경지대인 시솽반나타이족 자치주의 이우현(易武縣).
이곳이야말로 청나라 시절 최고의 푸얼차가 생산되는 육대차산의 중심이다.
시솽반나의 만월계통 민족인 타이족과 부랑족이 최초로 차를 재배했고 강저인의 후예들이 말에 차를 싣고 멀리 티베트나 하노이까지 날랐다.
과연 이곳의 풍광은 차나무의 원향인 듯 원시 밀림으로 우거져 있고 수백 년 된 고차수(古茶樹·오래된 차나무)들이 즐비하다.
 
지금 유통되는 대부분의 푸얼차는 사람 키 높이에 농약으로 재배되는 관목차로 만들지만 이곳에서 생산되는 진정한 푸얼차는 원주민들이 순화 재배한 야생 교목 찻잎에 있다.
높이가 10미터에서 20미터에 이르는 자연 상태의 교목차는 관목차에서 느낄 수 없는 깊고 진한 맛이 배어 있다. 하지만 이처럼 최고급의 찻잎도 수년 전에는 1㎏에 1만원 정도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10만원에도 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대도시의 차 상인들이 차를 따는 철에 몰려와 입도선매를 한다. 게다가 관목차 잎을 섞을까봐 찻잎을 따는 것을 내내 감시할 정도가 되었다. 결국 넘치는 수요에 턱없이 모자라는 찻잎으로 푸얼차는 천정부지로 값이 오르고 있다.
이곳에 온 9월은 가을차가 출하되는 시기였는데 벌써 차 농가에는 팔 물건이 없었다. 이우 시가지에서 언덕 위 초등학교로 올라가면 옛 차마고도가 나온다. 육중한 돌덩이를 땅에 박아놓은 포석로는 오랫동안 말굽에 닳아 반질반질 윤이 난다. 천천히 걸어본다.
이우의 차산을 바라보며 2km 남짓 걸은 듯하다. 이나마도 보존된 곳이 거의 없어 이우의 차마고도는 소중하기만 하다.
전에 ‘이우정산’이라는 이름으로 동흥호 차창이 생산한 푸얼차가 중국 전역에 이름을 떨친 일이 있었지만 지금은 멍하이의 대형 차창에 밀려 명맥만을 유지할 뿐이다.
 
근처 농가에 들렀다. 늙은 차농이 환대와 더불어 따듯한 푸얼차 한잔을 대접한다. 직접 재배하고 덖은 소박한 푸얼차였다. 이곳에서 수천 년을 살아왔고, 세상에서 가장 먼저 차를 먹은 사람들이 대접하는 귀한 차다. 옛말처럼 지나친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
푸얼차의 광풍 속에 차농들은 흔들리고 있었다. 과도한 수요 때문에 농민들은 보물 같은 고차수를 베고 있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차농들은 높은 차나무를 오를 길이 없어 고차수를 베고 그곳에서 나오는 새순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그나마 새순이 나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은 말라 죽고 만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정부 사람들은 고차수를 보호하기 위해 일부 고차수의 채취를 금하고 관목차 재배를 유도하고 있었다.

차나무 오를 길 없어 고차수를 베다니…


문밖 열대우림으로 서늘하게 스콜이 쏟아진다. 노인이 타 온 푸얼차가 담긴 허름한 찻잔에서 따듯한 온기가 전해온다. 값싼 낭만처럼 들릴지 몰라도 서울에서 마시는 값비싼 푸얼차보다 이 주름진 노인이 내준 소박한 푸얼차가 천배 만배 값지다.
이제 3년 동안 이어 온 나의 서남 여행이 끝나 간다. 그리고 그 끝자리에 서남의 자연과 인간이 만든 값진 푸얼차 향기와 함께한 인연에 감사한다. 참으로, 오랫동안 잊을 못할 것이다.

이우(중국 시솽반나)=글·사진 이상엽/사진가


무엇이 좋은 푸얼차인가

중급품 정도로 맛을 느낀 후 다양하게 평가해보는 게 지름길

고가에 팔려 나가는 오래된 푸얼차는 가짜가 많다. 주로 광둥성과 홍콩의 도매업자들이 축축한 지하실에서 ‘습창발효법’을 이용해 골동 푸얼차를 만들어 고가에 판매했는데, 우리나라 수입업자들이 많이 속았다. 그 때문에 한국 언론으로부터 푸얼차는 믿을 수 없는 차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사실 푸얼차는 우리가 알고 있는 룽징차나 우롱차와 같은 고급차라 할 수 없다. 5~6등급의 중급 찻잎을 사용하며 그보다 못한 찻잎도 흔히 사용한다. 다만 후발효차라는 특징으로 그 맛의 깊이가 녹차와 다를 뿐이다.

푸얼차는 중세까지도 중국의 10대 명차에 끼지 못했다. 당시는 운남성에서 만들어져 차마고도를 통해 티베트로 가서 말과 바꾸는 국가전략상품이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티베트 사람과 만주 사람의 입맛이 통했는지 청나라 때부터 황실에 진상되는 특급차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둥근 모양의 병차(餠茶)로 요즘 흔한 푸얼차의 모습이다.
 
푸얼차는 여러 모습이 있지만 대엽종 찻잎 말린 것으로 발효를 거쳐 만들어지는 산차(散茶)나 긴압차(緊壓茶·눌러서 덩어리로 만든 차)를 말한다. 모양 외에도 생차와 숙차를 들 수 있다. 생차는 그냥 자연 발효하도록 만든 차이고 숙차는 악퇴기법을 사용해 인공적으로 숙성시킨 차다. 흔히 푸얼차 하면 숙차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 입맛에는 녹차 같은 생차도 좋다.

무엇이 좋은 푸얼차인가 묻는다면, 당신의 몸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 좋은 것이다. 곰팡내가 난다거나 거북한 흙내가 나는 것은 푸얼차의 특징이 아니다.
고가품이나 하급품 보다는 중급 정도의 푸얼차로 맛을 느낀 후 다양하게 평가해 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국내에도 많은 푸얼차 인터넷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차는 혼자 마시는 것보다 여럿이 어울리며 음미하는 것이 즐겁다.




푸얼현 여행쪽지

바뀐 푸얼, 터미널에서 꼭 확인을

◎푸얼현은 이제 그 이름을 쓰마오시에게 내주고 닝얼이 됐다. 오래된 지도나 여행서를 믿지 말고 꼭 터미널에서 확인하자.
쿤밍(곤명)과 징홍(경홍) 사이를 오가는 모든 버스들이 이곳에 정차한다. 사실 푸얼은 차의 생산지가 아니라 집산지이기 때문에 많은 푸얼차 상점들이 있다. 어디를 들어가던 차를 맛볼 수 있다. 버스터미널 근처에 많은 호텔이 있으며, 보통 100위안(1만3000원) 내외다.

◎징홍은 윈난성 최남단에 있으며 사솽반나 타이족자치주의 중심도시다. 쿤밍에서 남쪽으로 약 710㎞ 떨어졌으며, 남쪽으로 라이오스와 미얀마가 있다.
쿤밍과 징홍 사이에는 항공편(600위안)이 다니며 하루에도 여러 편이 있다. 징홍에서 타이 방콕으로 가는 국제선도 있다. 쿤밍에서 징홍까지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침대 버스가 있다. 약 10시간 이상 걸린다. 도로가 완성된 것이 아니라서 시간은 부정확하다.

◎징홍에서 차를 보려면 멍하이로 간다. 오늘날 푸얼차 산지의 중심에는 멍하이가 있다. 징홍에서 멍하이는 50㎞의 가까운 거리다.
버스도 자주 다니지만, 중간의 난누어산의 차밭지대를 들르려면 택시 등을 대절해 이동해도 좋다. 멍하이 부근에는 최근에 개발중인 생태차밭 단지가 있다.
가는 길에는 푸얼차 연구소가 있으니 들러보면 좋을 것이다.
멍하이현에는 푸랑산, 멍송산, 남나산, 파다산 등 요즘 유명한 차산들이 많이 있다.
현지 마을들에서는 야생 고차수에서 잎을 따고 찻잎을 고르는 소수민족 주민들을 만날 수 있다.
멍하이·멍훈·시딩 등의 마을에선 장터가 열린다.

◎닝얼에서 이우(이무)로 가는 길에 지눠산(기약산)이 있다. 중국정부에서 지정한 쉰여섯 민족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지정된 지누오족이 모여 사는 곳이다. 태양신을 숭배하는 이들이 산 주변에 모여 마을을 이룬다. 최근에는 산 정상까지 단장해 유료로 입장객을 받는다. 청나라 시기까지 육대차산으로 불린 곳 중 하나다.

'건강한 이야기 > 푸얼차(普洱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좋은 푸얼차의 맛이란?  (0) 2008.02.04
푸얼차의 이름은 어떻게 붙이나?  (0) 2008.02.04
푸얼차(普洱茶)  (0) 2007.12.18
푸얼차(普洱茶)의 동향  (0) 2007.12.18
푸얼차(普洱茶)의 유래  (0) 200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