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이야기/푸얼차(普洱茶)

중국 보이차 명인, 리스짱 사장.

복을받는 교회와 나 2009. 8. 8.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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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보이차 명인, 리스짱 사장.
명품 보이차 만드는 비결? 기술보다 재료 한국인 비싼 차 집착… 값싼 햇차도 훌륭<이 기사는 주간조선 2067호에 게재되었습니다>

국민소득이 늘어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이차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이차는 2000년을 전후해 한국·일본 등 중국 인근 국가들의 수요 증가에 힘입어 국제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몸값이 올라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중국의 소득증가에 따라 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보이차는 훌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보이차가 관심을 끌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다녀간 리스짱(李世章·41)씨도 그중 한 명이다. 중국에서는 보이차를 만드는 공장을 차창(茶廠)이라고 하는데 그는 중국 5대 차창의 하나인 윈난난지안펑황타차창(雲南南澗鳳凰 茶廠)의 사장이다. 중국 5대 보이차 메이커의 CEO(최고경영자)가 한국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 사장은 국내 보이차 전문업체 지유명차의 초청으로 ‘보이차 신화에 대한 과학적 검증’ 세미나에 참석, ‘보이차 후발효 진행을 위한 생산과정에서의 기준’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그는 제대로 된 보이차를 생산하기 위한 엄격한 발효과정의 기준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 참석자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photo 이상선 조선영상미디어 기자

그는 지난해 열린 중국 베이징올림픽에서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에 공식 기념 보이차를 단독 납품한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아편전쟁 이후의 굴욕적인 역사를 청산하고 새로운 중화제국을 꿈꾸는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에 부여한 의미와 국가적인 정성을 생각하면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그를 중국 최고(最高) 보이차 명인(名人)으로 만천하에 인증한 셈이다.
그가 제작한 베이징올림픽 기념 보이차는 3㎏짜리 두 개 6㎏ 한 세트 판매가가 8888위안(약 161만원)으로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5만세트가 순식간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올해 10월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 행사에도 중국정부에 보이차를 납품한다.


그가 한국을 떠나기 몇 시간 전인 지난 7월 27일 오전 지유명차 광화문점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대리석이라는 명칭이 유래된 윈난성(雲南省) 다리(大理)가 고향이다. 윈난성은 보이차의 주산지다. 그는 한족(漢族)이 아닌 소수민족 이족(彛族) 출신이다.
중국 5대 보이차 메이커 CEO 중 한족 출신이 아닌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이족은 산간지역에 주로 거주하는 관계로 ‘산상(山上)이족’으로도 불린다.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1991년 현 직장에 입사했다. 그의 집안은 4대째 보이차를 재배해오고 있고 이전에는 한약상을 했다. “어릴 때부터 보이차를 심고 재배했고 군에서도 차를 재배해서인지 자연스럽게 보이차 회사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보이차는 원래 윈난성의 소수민족들이 마시던 차다. 보이차가 각광 받기 전까지만 해도 한족들은 보이차가 발효차라서 취향에 안 맞았던지 주로 녹차나 자스민차, 우롱차 등을 마셨다. 그가 자랄 때는 보이차가 지천(至賤)으로 널렸었다고 한다. “어릴 때 우리 동네에서는 보이차가 가정상비약 역할을 했습니다.” 그도 보이차가 좋다는 걸 체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위가 안 좋을 때 보이차를 마시면 편안해지고 몸의 노폐물을 제거해주고 소화도 잘 됩니다.”


보이차는 복원력이 뛰어나다. 비만한 사람은 다이어트에 좋고 마른 사람은 적정 체중으로 불려준다. 키가 170㎝가량인 그는 몸무게가 50㎏ 정도밖에 안 나갔으나 보이차를 5년 정도 꾸준하게 마셨더니 몸무게가 10㎏가량 늘었다고 한다. “저는 소화가 잘 안돼서 밥을 잘 못먹었으나 보이차를 꾸준하게 마셨더니 지금은 속이 편해지고 체중도 적정한 수준으로 늘어났습니다.”

4대째 보이차를 재배해온 집안이지만 제대로 된 보이차를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윈난성에 보이차 관계자는 엄청 많지만 대부분이 전통적인 주먹구구식 방식으로 보이차 인력을 양성하기 때문이었다. 보이차가 윈난성 소수민족이 즐겨 마시는 차였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가 원했던 것은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이었다. 그는 독학으로 보이차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보이차의 본고장인 윈난성에서 마땅한 스승이 없어 자력으로 보이차를 배우다니 상상이 안 되겠지만 당시 윈난성의 현실은 그러했다. 온갖 문헌을 뒤져가며 높은 수준의 보이차 지식을 습득했다. 2004년에는 국가 공인 보이차 제조자로 지정됐다.

이 기술자는 중국 전역에 80명 정도밖에 안된다. 아직 40대 초반인 그가 중국 최고 보이차 명인이 된 데는 이런 땀과 눈물이 숨어 있다. 그는 이 같은 노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실적을 올리면서 두각을 드러냈고 입사 13년 만인 2004년 이 회사의 CEO로 승진한다.

 

그에게 중국 최고 보이차를 만드는 비결을 물어봤다. 뜻밖에 그는 제조기술보다 재료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차는 윈난성 중서부 지역에 위치한 우량산(無量山)의 해발 1700m이상 2300m이하 고산지역에서 따는 찻잎으로 만듭니다. 보이차 품질에서 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되죠. 우량산은 윈난성 중에서도 보이차가 자라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에 비해 우량산에 야생차가 많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물론 제조기술도 빼놓을 수 없다. 그 자신이 중국 최고 명인인 데다 지난 2006년에는 중국 최고 보이차 연구가인 저우홍제(周紅杰) 윈난성농업대학 부학장을 기술총책임자로 초빙했다. 참고로 이 대학에는 보이차제조학과가 있다.

저우 부학장은 그해 리 사장의 차 재배지와 공장을 둘러보고 품질에 반해 지금까지 리 사장에게 협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리 사장이 배출한 인력도 수준급이다. 그는 스파르타식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제 밑에서 3년만 배우면 어딜 가도 인재 소리를 듣습니다.”(웃음)

 

그는 원칙론자로도 유명하다. CEO 취임 이듬해인 2005년에 다른 기업보다 먼저 엄격한 자체 품질기준을 만들어 시행했다. 그 결과는 2년 후에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2007년 중국에서 가짜 보이차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이차가 돈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악덕기업들이 앞다퉈 가짜 보이차를 만들어 대량으로 유포했고 보이차 이미지는 국내외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실추했다. 그러나 리 사장 회사의 ‘ 鳳凰’ 브랜드 제품은 엄격한 기준하에 제품을 만드는 게 부각되면서 오히려 브랜드 파워가 커졌다. 보이차를 중국 대표 문화상품으로 육성 중인 중국 정부도 가짜 보이차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 비상이 걸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국가 차원의 보이차 생산표준을 발표했는데 이 표준을 만드는 데 리 사장이 간여했음은 물론이다.

리스짱 사장이 단독 납품한 베이징올림픽 기념 보이차.

그는 보이차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보이차는 물처럼 하루종일 마셔도 몸에 좋은 유일한 차입니다.” 그는 “고향 특산품인 보이차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아지는 것을 보고 기뻤다”고 말했다. 보이차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등 서구권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는 “우리 제품을 세계 최고 보이차 브랜드로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비싼 차에 집착하는 한국의 보이차 문화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참고로 한국이 보이차 값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처음 보이차에 입문하는 분들은 저렴한 햇차부터 마시는 게 좋습니다. 오래된 비싼 차를 잠깐 마시는 것보다 싼 차를 오랫동안 마시는 게 비용과 건강 면에서 바람직하죠. 돈을 적게 들여 미각을 단련시켜 보이차 맛을 알고 난 후 서서히 오래된 차로 옮겨가는 게 좋습니다.”

 

윈난성은 한국과 같은 발효문화권이다. 그는 “한국의 발효문화를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김치, 고추장, 된장 만드는 방법이 안정적이고 제조법이 표준화돼 있습니다. 이 점은 오히려 우리가 배워야 할 대목입니다.

” 한국음식을 처음 먹어봤다는 그에게 “뭐가 맛있었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생선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의 보이차 시장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국사람은 건강식품을 선호하는 분위기라서 세계적 건강차인 보이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봅니다.”

그에게 한국에서 한국차를 마셔봤냐고 물었더니 국화차만 마셔봤단다. 그는 “일정이 촉박해서 다양한 종류의 한국차를 마셔보지 못해 유감”이라며 “못 마셔본 한국 차를 마시러 조만간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말했다.


보이차

보이차는 히말라야 남쪽, 윈난성의 소수민족이 만들고 즐기던 차로, 세월을 두고 발효가 진행되는 후(後)발효차에 속한다. 보이차는 세월이 흐를수록 비싸지므로 위조도 많다. 각국 전문가들은 보이차 시장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2002년 ‘중국 보이차 국제학술연토회’에서 보이차의 정의(定義)를 내렸다.

1. 윈난성의 대엽종 찻잎을 원료로
2. 일광으로 찻잎의 수분을 제거하는 쇄청건조(灑靑乾燥)공법을 거쳐야 하며
3. 적정한 상태에서 보관돼 정상적인 발효가 진행돼야 한다.



보이차의 효능

옛 문헌들은 보이차의 효능을 다양하게 기록하고 있다.
△보이차는 담(痰·가래)을 없애고 장(腸)을 원활하게 한다. 술을 깨는 데는 이만한 것이 없다. 한증(寒症)에는 생강과 함께 탕을 우려 복용하면 된다.(본초강목습유·本草綱目拾遺)
△소화를 도와주며 한랭한 기운을 몰아내고 해독작용을 한다.(사모채방·思茅採訪)
△풍이 생기거나 음식이 잘 다스려지지 않거나 화기가 일 때 보이차 두 잔을 끓여서 복용하면 그 기운이 모두 밖으로 나온다.(백초경·百草經)
△보이차의 효능은 음식을 소화시키고 기를 다스린다. 쌓인 것을 없애며 풍증과 한증을 거두니 너무나도 유익하다.(전남견문록·    南見聞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