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직급이 있습니다. 랍비입니다. 이 직급을 구약시대에는 라브(רב 왕하 25:08, 렘 39:13, 단 01:03)라 불렀습니다. 성경에는 장관 고관으로 표기되어 있는데 위대한 자, 주인이라는 뜻입니다.
신약시대 와서는 이 말에 대한 헬라어 음역이 두 가지 형태 곧 랍비(ῥαββί 마 26:25; 요 01:38)와 랍오니(ῥαββονί 요 20:16)로 나타납니다. 랍비(רבי)가 라브(רב)에서 유래된 것처럼, 랍오니는 강세 형인 라반(רבן)에서 유래되었습니다. 공적인 교사나 율법사를 지칭하는 말로 나의 선생님이란 의미입니다.
예수님 당시 많은 무리가 예수님에게 랍비, 랍오니라 칭하였고(요 01:38) 공회원도 랍비라 칭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을 꾸짖으실 때 랍비라 칭함을 받는 것을 좋아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마 23:07~10). 오히려 섬기는 자가 되라는 뜻입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두 계열의 유명한 랍비가 있습니다. 샴마이(שמאי)와 힐렐(הלל)입니다. 샴마이를 따르는 자들은 율법의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였고 힐렐을 따르는 자들은 율법보다 실용과 구전(口傳)으로 내려오는 전통을 강조하였습니다.
마 19:03~09절을 보면 샴마이파와 힐렐파가 서로 예수님 지지를 받으려고 찾아와서 이혼 문제로 의중을 살핀 일이 있습니다. 물론 예수님은 어느 편에도 서지 않으셨습니다. 랍비는 구약과 탈무드에 관한 연구 과정을 거쳐서 성경을 바탕으로 유대교의 율법을 후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랍비의 길이 그리 쉽지만은 않습니다. 오늘은 힐렐의 손자요 당대 최고 율법 교사로 인정받고 공회원으로 활동하는 랍비 가말리엘에 대하여 강론하겠습니다. 그래서 제목을 「복음 확장에 쓰임 받은 가말리엘」로 정했습니다.
1. 가말리엘의 인적사항을 보겠습니다. |
34 바리새인 가말리엘은 율법 교사로 모든 백성에게 존경을 받는 자라 공회 중에 일어나….
사도들이 활동하던 때는 이스라엘이 로마제국의 지배 아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유대인의 불만도 점점 높아져서 사회 불안이 염려되었습니다. 이때 뛰어난 율법 학자로 덕망이 있으며 학자와 정치 지도자로 이스라엘 사회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등장합니다. 가말리엘입니다. 가말리엘은 성경에 두 사람 나옵니다. 첫 사람은 구약시대 므낫세 지파 소속 가말리엘(גַּמלִיאֵל)로서 광야에서 1차 인구조사 때 모세를 도운 사람입니다(민 01:10). 또 한 사람은 오늘 말씀의 주인공 랍비 가말리엘입니다. 온 민족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유명한 랍비 힐렐의 손자 가말리엘입니다.
이 가말리엘 역시 힐렐만큼이나 유명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가말리엘(Γαμαλιήλ) 이름 뜻은 하나님은 나의 상급이다. 입니다. 힐렐의 손자요 시몬의 아들로서 대략 A.D. 25~50년에 이르는 동안 자기 학파를 조성하여 이끌었습니다.
이스라엘 사회에서 매우 존경받는 인물로서 가말리엘이 최초로 랍반(רבן)이란 칭호까지 받았습니다. 후일에 여섯 명의 랍반이 더 나옵니다. 존경하는 우리 선생님 이런 의미입니다. 가말리엘에게는 율법의 영광이란 칭호까지 붙었습니다.
유대인의 존경심이 어떠한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말리엘 신분은 바리새인, 율법 교사, 산헤드린 공회원입니다. 세 신분 다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자부심을 느껴도 될 만한 직책입니다. 특히 산헤드린 공회원이니 상당한 권력자입니다. 당연히 바리새인 신분이고 경제력도 든든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 신분을 동시에 가진 사람이 이스라엘에서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유대 전통에 따르면 그는 신뢰가 매우 높은 이상향 인물로 추앙받았으며 대 랍비 힐렐 학파에서도 대표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당시 대척 관계에 있는 샴마이 학파보다 더 관대하고 덜 율법주의자였습니다.
율법의 영광이라는 칭호를 받은 것을 보아 충분히 존경을 받을만합니다. 유력한 유대교 가문으로 헬라 문학까지 전공했고 바리새파의 지도자로 부상했으니 충분히 들을만한 칭호입니다. 그래서 34절은 가말리엘을 모든 백성에게 존경받는 자라고 소개합니다.
김삼일 가족 여러분, 여러 사람에게 존경받는 것이 그리 쉬운 일입니까? 이 사람도 좋아하고 저 사람도 존경하는 사람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예수님도 그랬습니다. 병자들과 그늘진 곳에 있는 사람은 좋아했지만, 반면 바리새인, 사두개인, 서기관들은 오히려 예수님을 십자가에 처형하였습니다.
김삼일 믿음의 가족이 이웃으로부터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한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말은 적게 하고 희생하는 일에 앞장을 서면 가능합니다. 희생하고 섬기는 사람을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가말리엘은 비밀리에 예수님을 믿었다고 합니다. 그는 산헤드린 공회원 니고데모, 아리마대 요셉과 더불어 예수님의 숨은 제자로 전해집니다. 가말리엘 사후 유대인들의 구전 율법 미쉬나(משנה)에는 그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랍반, 가말리엘 원로께서 돌아가시자 토라에 대한 존중은 끝이 나고 순결과 경건도 죽어버렸다.
2. 가말리엘은 뛰어난 변증으로 사도들을 변호합니다. |
35 말하되 이스라엘 사람들아! 너희가 이 사람들에게 대하여 어떻게 하려는지 조심하라.
복음의 초기 때 유대교와 사도들 사이에 큰 충돌이 일어났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심을 전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도들의 모습에 분노한 대제사장과 종교 지도자들은 사도들을 죽이기로 작정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사도들은 공권력 앞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습니다.
행 04:18 그들을 불러 경고하여 도무지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지도 말고 가르치지도 말라 하니 19 베드로와 요한이 대답하여 이르되 하나님 앞에서 너희의 말을 듣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는 것보다 옳은가 판단하라.
복음의 역사와 공권력이 충돌하는 현장을 놓고 산헤드린 공회가 모였습니다. 여기에서 중후한 학자의 인품과 덕망을 갖춘 가말리엘이 발언합니다. 드다의 일과 유다의 일 두 사건을 예로 들면서 대제사장과 종교 지도자들에게 사도들을 직접 죽이지 말라는 권면입니다.
36 이 전에 드다가 일어나 스스로 선전하매 사람이 약 사백 명이나 따르더니 그가 죽임을 당하매 따르던 모든 사람들이 흩어져 없어졌고.
드다(Θευδᾶς). 서기 1세기 유대인의 반란군으로서 서기 44~46년 사이 어느 때쯤 짧은 반란 기간에 그 추종자들을 이끈 인물입니다.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쿠스피우스 파두스(Cuspius Fadus A.D. 44~46)가 유대의 총독으로 재임하는 동안 드다라는 이름의 한 사기꾼이 등장합니다.
이 사람이 다수의 백성을 설득하여 자기를 메시아라고 선전하면서 자기가 말 한마디만 하면 여호수아가 요단강을 가른 것처럼(수 03:15~17) 갈라진다고 하였습니다. 이 정도 되면 사람들이 신뢰 여부를 떠나 구경하러는 나올 만하지 않습니까?
무려 4백 명이나 미혹되어 드다가 행하는 신비한 일을 구경하려고 요단강으로 모였습니다. 그러나, 파두스 총독은 그 허튼 시도를 진행하도록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즉각 그들에게 기마 군대를 파병하여 많은 사람을 도륙하였고 생포하였습니다.
드다도 생포되어 참수를 당하였고 그 머리는 예루살렘으로 가져왔습니다(Jewish Antiquities 20, 97~98). 결국,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37 그 후 호적 할 때에 갈릴리의 유다가 일어나 백성을 꾀어 따르게 하다가 그도 망한즉 따르던 모든 사람들이 흩어졌느니라.
유다(Ἰουδάς). 유대가 수리아 일부로 로마 통치 아래 들어갔을 때 일입니다. 가이사 아구스도가 로마제국의 모든 식민지국에 호적을 하게 하였습니다(눅 02:01). 세금을 거둘 목적입니다. 유대의 상위 기관인 수리아의 총독 구례뇨(Quirinius) 가 이 일을 강제로 밀어붙였습니다.
이때 유다라는 인물이 등장하여 로마 정부에 세금 내는 것과 호적 등록하는 것을 전면 거부하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하나님만 홀로 이스라엘의 왕이시며, 그분만이 유대를 다스릴 권리가 있다. 우리는 종교 면과 민족주의 면에서 이 일을 따를 수 없다. 라는 저항입니다.
유다가 로마에 저항한 중심지가 갈릴리 셉보라(Sepphoris)이었습니다. 그래서 갈릴리 유다로 불립니다. 이에 바루스(Varus) 총독은 유다를 공격하여 처형함으로 저항 운동은 소멸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저항 운동의 결과로 후일 열심당(눅 06:15) 조직이 나왔습니다.
가말리엘은 사도들을 심문하는 공회에서 드다와 유다 사건을 비교하여 지혜롭게 말합니다. 사도들의 활동이 하나님의 역사라면 우리가 하나님을 거역하는 행위가 되지 않느냐? 이 사람들을 상관하지 말고 한번 지켜보자. 예수도 죽은 지 얼마 안 되지 않았느냐? 이렇게 말입니다.
3. 가말리엘은 사람을 움직이는 지혜가 있습니다. |
40 그들이 옳게 여겨 사도들을 불러들여 채찍질하며 예수의 이름으로 말하는 것을 금하고 놓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대적하는 자가 될지도 모른다(39)는 가말리엘의 말을 듣고 공회원들은 격해진 감정을 다소 누그러뜨립니다. 사도들을 해하지 말고 하나님의 손에 맡기자고 권하는 가말리엘의 말이 통했습니다. 정말 지혜로운 말입니다.
우리의 교회생활 원리도 그렇습니다. 김삼일 가족 여러분, 어떤 속 상하는 일이 발생하였습니까? 잠을 못 이룰 정도로 분이 납니까? 그럴수록 내가 재판관이 되려 말고 하나님께 맡기십시오.
억울하면 하나님을 향해 분풀이해도 좋으니 하나님께 달려드십시오. 하나님께 이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처리해 달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잘 났으면 얼마나 잘 났다는 말입니까? 남을 정죄할 만한 자격이 있기라도 합니까? 모자라는 인격 더 드러나지 않도록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고 물러서는 것이 좋습니다.
가말리엘의 권면이야말로 때에 맞는 발언입니다. 성령님은 가말리엘을 통해서 사도들을 해치려는 공회원들 손길을 막아 주셨습니다. 그러나 사도들을 석방은 하되 협박과 채찍으로 다스리고 난 다음에 석방합니다. 죽음은 면했지만, 이 태형도 예사로운 벌이 아닙니다. 죽음 아래 최고의 고통스러운 벌입니다.
사도들…. 채찍질하며(δέρω). 채찍질했다는 말은 채찍 끝에 쇳조각을 달아서 39번을 매질하는 태형(笞刑)입니다. 완전 초 죽음입니다. 신 25:01~03절을 보면 중죄인에게는 40번까지 때릴 수 있도록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도 39번을 때리는 것은 혹 계산을 잘못하여 40번을 넘겨 맞아 사람이 죽는 일을 방지하기 위함입니다. 사람이 죽으면 사회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까? 그래서 39번을 때립니다. 때린 횟수를 잘못 계산하여 사십을 넘기는 오류를 방지하기 위함이고 또 40번까지는 안 때렸으니 그리 알라는 작은 배려입니다.
신 25:03 사십까지는 때리려니와 그것을 넘기지는 못할지니 만일 그것을 넘겨 매를 지나치게 때리면 네가 네 형제를 경히 여기는 것이 될까 하노라.
이 채찍에 맞고 풀려난 제자들의 반응이 41절에 나옵니다. 사도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위하여 능욕 받는 것을 오히려 기뻐합니다. 능욕을 받는 것은 욕을 먹고 매를 맞고 핍박을 당하고 더 나아가서 순교도 감당하겠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을 참고 견디는 것까지는 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것을 오히려 기뻐한다고 했으니 이는 보통의 상식을 뛰어넘는 반응입니다. 채찍을 맞은 후에 더욱 담대해졌습니다. 이제는 주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이상 사도들을 막을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이런 사람은 세상도 감당하지 못합니다(히 11:38).
사람의 됨됨이는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 즉 그 사람의 가치관을 보면 압니다. 현재 중심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미래 지향의 사람도 있습니다. 주님의 제자들은 죽어가는 생명을 살리는 복음을 위하여 목숨을 걸었습니다. 죽음도 불사하였습니다.
세상의 삶보다 잠시 후에 다가올 영원한 세계에 목숨을 걸었습니다. 세상에서의 능욕을 오히려 기뻐하였습니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바꾸었습니까? 오직 한 가지 오순절 날 성령님의 강림을 체험하였기 때문입니다(행 02:01~04).
이 놀라운 은혜의 현장을 통하여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김삼일 가족 여러분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합니까? 무엇을 기쁨의 주제로 삼습니까? 하나님의 사명자가 되는 일입니까? 무엇보다 건강한 믿음을 구축하는 일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합니다.
오늘의 말씀을 맺습니다. |
가말리엘은 이스라엘 사회에서 크게 영향을 끼쳤고, 주님 나라를 위해서도 간접으로 공헌하였습니다. 또한, 사도 바울을 고상한 학식으로 길러내었습니다(행 22:03). 스승의 열매는 제자인 만큼 귀한 인물을 길러낸 셈입니다.
고대 세계에서 전통적으로 자기소개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자기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태어났으며, 어디에서 성장하여 누구에게 교육을 받았다는 소개입니다. 사도 바울도 복음 활동을 하면서 이런 원리를 따라 자기를 소개합니다.
행 22:03 나는 유대인으로 길리기아 다소에서 났고 이 성에서 자라 가말리엘의 문하에서 우리 조상들의 율법의 엄한 교훈을 받았고….
가말리엘에게 배운 것을 자랑하였습니다. 가말리엘에게 율법을 엄하게 배웠다는 말은 바울도 그 누구 못지않게 율법에 정통한 식견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가말리엘이 산헤드린 공회원들에게 사도들을 하나님의 주권 원리를 따라 변호해 준 것은 초기 복음 확장에 상당히 이바지한 결과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쓰임을 받은 가말리엘의 가르침 가운데 한 대목이 탈무드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종교의 계율을 연구하고 철저히 준수하라.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가말리엘은 유명한 할아버지 힐렐의 손자답게 또 아버지 시몬의 뒤를 이어 산헤드린 공회원이 되었고 의장(nasi)도 되었습니다. 율법 교사로서 최고의 명성을 누린 가말리엘, 랍반의 칭호도 받은 최초의 인물, 할아버지 힐렐과 마찬가지로 하 자켄(הַזָּקֵן 원로)의 칭호도 얻었습니다.
율법 교사로 잘 쓰임을 받은 가말리엘의 설득력 있는 말은 초기의 기독교 확장에 유익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삶도 시간 있을 때 하나님의 나라에 유익이 되는 일로 쓰임 받기를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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